협박으로 출석정지ㆍ벌금까지 낸 가해 시의원 피해의원과 같은 상임위에 넣어... 환장 시의회 ‘제발 한곳에 있지 않게 해줘요’ 호소 안먹혀
학교에서 벌어진 학폭사건으로 가정해보자. 동급생의 언어폭력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학폭 피해자가 있다. 가해자는 잘못이 있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인정돼 정학까지 받았을 정도다. 학교 제도에 의해 학생들끼리의 각종 동아리가 결성될 조짐이 보인다. 피해자는 가해자와 혹시라도 같은 동아리에 속하게 될지 몰라 노심초사다. 그 학생과 같은 곳에 넣지 말아달라고 담임선생님ㆍ반장ㆍ동료 학우들에게 호소한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그 호소는 소용이 없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같은 동아리에 넣어 버린 것이다. 앞으로 그 두 명은 과제물을 작성하기 위해 밥도 함께 먹고 토의도 해야 한다. 동아리 특성상 멀리 현장학습을 가야 할 때는 한방에서 잠도 같이 자야 할지 모른다.
위 상황은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교육 당국이 나서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했을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일이, 민의를 대변하고, 시민을 대표해야 할 화성시의회에서 벌어졌다.
폭력적인 문자폭탄을 동료 의원에게 전송해 윤리특위까지 열리고 한 달간 출석정지와 사과문 발표라는 징계까지 받은 가해 시의원과 이러한 폭력을 고스란히 받은 피해 시의원이 같은 상임위에 들어가는 일이 생긴 것이다.
화성시의회는 지난 7월4일 원구성을 하며 후반기 상임위원회를 구성했다. 의장과 부의장 각 1인, 상임위원장 5인 선출과 상임위원 배정을 마쳤다.
원구성을 하기 전부터 더불어민주당 피해자 A시의원은 자신을 가해한 국민의힘 B시의원과 같은 상임위에 넣지 말아달라고 상대 당대표에게 호소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A시의원과 B시의원이 같은 상임위에 들어가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B가해 시의원은 지난해 3월과 4월에 약 10회에 걸쳐 익명으로 A시의원에게 욕설이 섞인 협박성 음해문자를 보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참다못한 A시의원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그러한 문자를 보낸 이가 알고보니 동료 시의원인 B씨인 것을 알았다. 결국 B의원은 시의회 내에서 ‘사과문 낭독’과 ‘30일 출석정지’라는 징계를 받고, 법으로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300만원의 벌금(구약식 처분)을 내야했다.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했고, 이 건은 시민의 관심에서 멀어지는가 싶었다. 그러나 시의회가 올해 원구성을 하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 곳에 놓아두는’ 사건이 벌어지고, 피해자가 이를 적극적으로 호소하면서 다시 세상 밖으로 노출됐다.
같은 단체 내에서 폭력 사건이 벌어지면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누는 ‘분리원칙’은 통념적 상식이다. 사회생활의 기본이 되는 학교조차도 ‘학교폭력예방법-피해학생의 보호’에 의해 ‘지체없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조치를 한다. 그런데 민의의 전당이자 자치법규를 제정하는 기관인 시의회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데도 분리조치라는 기초적인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동료 시의원, 그것도 같은 당에 속한 시의원들에 의한 2차 가해가 벌어지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A피해의원에 따르면 ‘이미 결성된 상임위에서 B의원(가해의원)을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B의원에 대한 가해행위라고 일부 동료의원이 말하고 있다’라며 큰 충격을 받았음을 진술하고 있다.
‘B시의원과 다른 상임위 위원과 자리를 바꿀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겠다’라고 안심을 시킨 상대 당대표는 ‘B시의원이 자리를 바꿀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로선 방법이 안 보인다’라고 말해 A의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고 있다. 다만 해당 당대표는 “할 수만 있다면 나라도 B의원과 자리를 바꿔서 이 상황을 일단락시키고 싶다”라고 부언했다.
다가오는 회기인 9월2일 임시회 때 ‘B의원와 다른 상임위원간의 자리 교환(사보임)하는 안’을 의안으로 올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것도 B의원과 상임위원 자리를 바꿔줄 의원이 나타나고, 이를 두 당대표가 승인해야만 의장이 의결안에 부칠 수 있다.
이신재 기자 daily-h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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