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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기고] 시민 눈으로 본 송산관광지<전편>

소설가 박윤선

편집부 | 기사입력 2024/09/11 [16:26]

[르포/기고] 시민 눈으로 본 송산관광지<전편>

소설가 박윤선
편집부 | 입력 : 2024/09/11 [16:26]

 

2016 경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2017 신예작가엔솔로지 참여

2023 화성문화재단 예술인 창작지원 선정

2023 개인 소설집 '야자 가로수 이야기' 출간

 

화성시에 정착한 지 오 년째, 그동안 대표랄 수 있는 화성 관광지를 둘러보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알게 된 로컬 맛집도 생겼다. 화성시 면적이 넓은 터라 모든 곳을 가보지는 못했는데 그렇게 미뤄두었던 장소 중 한 곳이 송산그린시티라는, 포도 산지로 유명한 송산면이었다.

 

9월로 들어선 첫 일요일, 우리 가족은 가볍게 바람이나 쐬고 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때마침 포도가 제철이라 송산면이 떠올랐고 관광 겸, 특산물 쇼핑 겸, 당일 여행에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송산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송산그린시티 전망대뷰와, 해식 기둥ㆍ화강암ㆍ변성암 등을 생생하게 탐방할 수 있는 화성 국가지질공원 사진은 기대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익히 들었던 송산공룡알 화석지도 같은 경로인 데다 수도권 제2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루트이기에 편하고 빠른 것도 장점이었다. 동탄에서 송산면까지 40여 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선 닿는 먼 곳까지 자연의 모습

우리 가족은 가는 내내 드라이브를 즐겼고 목적지에 가까울수록 나타나는 풍경에 기분이 들떴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오자 조금씩 보이던 푸른 들풀은 송산면에 들어서자 도로 주변을 빼곡하게 에워쌌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넓은 초원을 보기 힘든데 우음도는 아파트나 논밭이 아닌, 시선이 닿는 먼 곳까지 자연의 모습 그대로였다. 한국의 세렝게티라는 표현을 포털 사이트에서 보고 과장이라 생각했지만 동물 종이 많이 없을 뿐 시화호를 배경으로 자생하는 여러 식물이 이루어내는 정경은 그에 못지않았다. 오래전, 호주를 여행했을 때가 떠오를 만큼 이국적이었다.

 

 

 

주말에 운영하지 않는 관광지라니...

우리는 세 목적지의 가장 먼 곳부터 시작해 돌아오는 방향을 따라 여행하기로 했다. 송산 그린시티 전망대로 차를 몰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를 막은 철제문 앞에서 방향을 돌리는 다른 승용차가 보였다. 불길한 느낌이 올라왔다. 역시나 문에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일요일은 송산 그린시티 전망대가 휴무일이었다. 뒤늦게 찾아보니, 주말을 통틀어 운영하지 않았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내 탓이 컸다. 아쉬워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곧이어 떠오른 다른 문제가 있었다. 이후에도 전망대를 관람할 기회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로지 평일만 관람할 수 있는 송산그린시티 전망대. 전망대는 높은 시야에서 경치를 즐기라고 만든 구조물이 아닌가. 단체건 가족이건, 평일에 맞춰 시간을 낼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주말을 모두 쉬는 방식은 전망대 본연의 목적에 맞지 않는다. 운영하는 지자체 공무원 편의에 맞춘 것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음료수 살 곳 없는 국가지질공원

거대한 나사 모양 전망대를 뒤로 하고 그다음 코스인 우음도 탐방로 입구로 차를 돌렸다. 우음도는 희귀한 지질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라 화성시 통합 예약을 통해 전문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돌아보면 더 알찬 경험이 될 듯했다. 

 

그런데 도착한 탐방로 입구에서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최근에 인정받은 국가지질공원이라 쓰레기 유발을 염려한 것일까. 한 시간가량 걸리는 둘레 코스에 작은 매점은커녕, 음료를 사 마실 자판기조차도 없었다. 이날, 한낮 기온은 섭씨 33도에 육박했고 우리는 물 한 병 준비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음료수 하나 살 수 없는 관광지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인가에서 먼 곳이기에 편의점이라도 가려면 차를 타고 먼 거리를 거슬러 가야만 했다.

 

이걸 어찌해야 하는지, 또다시 허탕을 치긴 싫었다. 한여름에 준비 없이 우음도 탐방로에 들어갔다가는 정말 죽을 수도 있다라는 무시무시한 블로거들의 후기가 새삼 다가왔다.

 

궁리 끝에 지나쳐 온 공룡알 화석산지 방문자 센터에 가보기로 했다. 그럴듯한 건물이 서 있으니 무엇이라도있을 것이고 그 무엇이라도사서 목을 축이며 지질공원 탐방을 하려 했다.

 

방문자 센터에 도착한 우리는 정수기 하나만 있는 입구에서 또다시 당황했다. 종이컵에 물을 받아 공원을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지질 공원의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에코락 센터는 방문자 센터 주차장이 아닌, 그 아래 공터 한쪽에 자리한 조립식 사무실이었다. 이런저런 이유가 겹치자, 우리 가족은 결국 방문자 센터와 공룡알 화석지만 돌아보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공룡알산지 보려다,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

공룡알 화석산지 방문자센터는 우리나라 최초로 발견된 뿔공룡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화석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중생대 백악기로 추정되는 공룡 화석은 크기가 작은 편이었으나 실물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구형이 뚜렷한 공룡알 화석도 볼 수 있었다. 센터 규모는 크지 않았다.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와 공룡알을 제외하면 다른 전시물은 복제 뼈 모형이었다. 

 

문득 여러 홍보를 통해 화성엔시스캐릭터를 보았던 게 떠 올랐다. 부채 같은 머리의 뿔이 귀여운 캐릭터였다. 해당 화석을 소장하는 센터에서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공룡알 화석산지 방문자 센터를 나선 우리 가족은 인근 공룡알 화석지로 향했다. 지평선이 보일 만큼 넓은 들풀 군락을 가로지른 데크가 있었다. 네 개의 화석지가 모여 있는 장소까지 약 1.5킬로미터 정도의 길이다. 중간중간 작은 벤치와 간이 그늘이 마련되어 있었으나 땡볕을 피하기에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중간에 간단한 수도 시설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아니나 다를까, 반쯤 걸어갔을 때 포기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꽤 보였다. 

 

그래도 끝까지 걸어가는 이들의 표정을 풀어준 건, 역시 흔하게 볼 수 없는 자연이었다. 정상적이지 않은 더위에 여러 날을 시달린 습지는 그럼에도 색다른 색다른 정취를 가지고 있었다. 억새(혹은 '삘기') 외 군락을 이룬 몇몇 식물들이 궁금했지만 정체를 알 길이 없었고 우뚝 솟아 풍경의 포인트가 되는 나무 이름도 알 수 없었다. 사진을 찍어 검색하니 영문 설명만 나와 외래종이지 않을까 짐작했다.

 

산책로 막바지에 도착하자 군집해 있는 화석지가 보였다. 정확히 말해 네 개의 퇴적층이라고 해야 옳겠다.  첫 번째 화석지는 공룡알 화석이 뚜렷이 보였고 안내 표지가 있었다. 다음 화석지로 넘어갔다. 두 번째 퇴적층에선 화석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런 안내글도 없었다. 그다음 화석지도 마찬가지였다.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빼 두리번거렸다.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가장 곤란한 건 정보가 없어 어떤 선택을 할지 판단하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표지판 두어 개 더 세우는 게 그리 힘든 일인가. 화석지에 화석이 있는지, 있다면 위치가 어디인지,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같은 화석 산지라 보호하고 있는 건지, 대략의 설명만 표기해 놓아도 관람객이 방황하지 않을 것이다.

(후편에 계속https://dailyhs.kr/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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