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경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2017 신예작가’ 엔솔로지 참여 2023 화성문화재단 예술인 창작지원 선정 2023 개인 소설집 '야자 가로수 이야기' 출간
(전편에 이어)
“송산포도휴게소에서 포도를 사야지!” 에어컨 냉기를 채운 차 안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 가족은 볼거리 대신 먹거리에 기대를 걸었다. 9월, 제철인 송산 포도 맛보기! 이름난 산지에 왔으니 푸짐하게 두 세 박스 사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다시 검색했다. ‘송산포도 휴게소’가 뜬다. 이름이 송산포도인 휴게소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단독 로컬 매장에 해당 지역의 특산물이 다채로워 들를 때마다 쇼핑했던 지역 휴게소가 떠올랐다. 송산포도휴게소도 포도가 첨가된 특식이나 음료, 아이스크림 같은 게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적어도 여러 농장에서 생산한 믿을만한 포도 정도는 구매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휴게소로 가기 위해서는 고속도로로 진입해야 했다. 일단 돌아나가듯 국도를 탔다. 금세 하우스 재배가 줄지어 있는 차도로 들어섰다. 알고 보니 이곳은 십수 개의 포도 농장이 있는 지역이었다. 도롯가에는 재배 농가가 직접 포도를 판매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질 공원으로 연결되는 주도로는 다른 길이었기에 지나는 차량은 많지 않았다.
방문자 센터 관광객 대부분은 근처에서 산지 포도를 구매할 수 있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 주차장에 홍보하는 현수막 정도라도 있으면 어땠을까. 적극적으로 관광지를 활용해 특산물 생산자를 지원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포도 매대가 나타날 때마다 차를 세울까 고민했다. 하지만 주유도 해야 했고, 더 다양한 선택을 하고 싶어 송산포도휴게소로 향했다.
포도휴게소란 이름... 왜? 송산포도휴게소는 여느 휴게소와 다르지 않았고 역시 일요일답게 차량과 사람들로 붐볐다. 자리를 찾아 주차장을 한 바퀴 돌았다. ‘송산포도 판매’라는 활자가 번쩍 눈에 띄었다. 그와 동시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두어 평 정도나 될까. 간이 천막 안에 매대 하나, 대여섯 개의 포도박스만 놓여 있었다. 설마 저게 다가 아닐 거야, 다른 쪽 어딘가에 또 다른 포도를 판매하고 있으리라. 목이 마른 터라 주차하자마자 휴게소 실내로 들어갔다. 푸드코트를 둘러보았으나 송산포도를 특화한 음식이나 음료는 찾을 수 없었다. 포도판매처도 보이지 않았다.
건물 밖으로 나왔다. 먹거리가 모여 있는 곳, 송산 포도즙을 첨가했다는 호두과자가 보였다! 6000원을 주고 구매했다. 과자색도 그러하고, 딱히 포도맛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이곳까지 달려온 노력이 허사가 되는 게 싫어 호두과자 본연의 맛에 만족해하며 먹었다.
주차장에서 본 천막으로 다가갔다. 판매하는 포도는 두 종류, 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시식용 포도가 없으니 맛이 어떤지도 알 수 없었다. 캠벨 포도 2킬로그램의 가격은 2만6000원이었다. 집 근처,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본, 같은 무게의 송산 캠벨 포도는 1만7000원부터 2만8000원까지 다양했다. 가격은 품질ㆍ포도알 크기에 따라 책정되는 것이니 비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도롯가의 산지 구매를 마다하고 달려 온 입장에서 단일물품만 선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는 구매욕이 일지 않았다. 결국 포도 구매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기본 편의시설이 없는 송산면 관광지 송산면의 국가지질공원 일대가 일반적인 관광지와 차이가 있다는 건 고려해야 할 점이다. 자연 생태를 체험하는 곳이니만큼, 미리 정보를 취합하고 세심하게 준비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하지만 모든 이가 그런 여행을 할 수는 없다. 우리 가족처럼 가볍게 다녀올 수도 있고, 어린아이나 노인을 동반한 관광객이 방문할 수도 있다.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관광지라면 기본적인 편의가 필요하다. 주차요금이나 입장료가 무료인 건 고마운 일이지만 차라리 저렴하게 요금을 받고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하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직원을 고용해 주말에도 전망대를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것, 장시간 야외를 탐방하는 사람들을 위해 음수대나 음료 자판기를 마련하는 것, 부족한 안내 표지판을 두세 개 더 설치하는 것, 지역 생산자와의 상생을 위해 홍보 현수막 하나 달아주는 것…. 이러한 실천은 화성시가 관심만 기울인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사항이다. 여행에서 돌아와 가방을 정리할 때였다. 방문자 센터에서 무심히 뽑아온 팸플릿이 툭 떨어졌다. 하나는 우음도를 설명하는 안내지이고 하나는 영문으로 표기된 송산면 홍보 책자였다. 두 팸플릿 모두 내용이나 사진, 디자인 등에서는 잘 제작한 책자였다. 관람객에게 이러한 팸플릿은 큰 도움이 된다. 그와 더불어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배려가 더해진다면 송산면은 사람들이 언제나 가고 싶어 하는 자연공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화성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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