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용 묘소, 관리 엉터리!오름 계단 부서지고, 잔디는 곰팡이
향토문화재이건만 거의 폐묘 분위기 시 “예산 없다” “확인하겠다” 답만...
화성시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인 ‘홍사용’ 묘소가 방치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입구 쪽 나무계단은 언제 보수했는지 완전히 썩은 상태고, 봉분 주변으로 나무들이 빽빽해 늘 그늘이 졌으며, 잔디는 제대로 가꾸지 않아 곰팡이가 잔뜩 피어있었다. 마치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폐묘’ 모습이다.
작가 홍사용은 일제강점기 후반에 친일을 거부했던 시인으로 민족주의 의식이 뚜렷했던 작가다. 시 ‘나는 왕이로소이다’가 유명하다. 극작가로 활동해 산유화회를 결성해 각종 희곡작품을 집필ㆍ제작ㆍ연출하기도 했다. 그를 기념하고 기리기 위한 ‘노작 홍사용 문학관’이 현재 묘소 바로 아래쪽에 있다.
화성시의 대표적 민족주의 작가이고, 묘소가 화성시 지정 향토문화재이기에 잘 가꾸어져 있을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아니었다.
묘소를 향하는 나무 계단은 썪어서 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부서졌다. 가지치기를 거의 하지 않아 빽빽한 나무들이 봉분 주변을 둘러싸고, 해가 비치지 않는 흙과 잔디는 곰팡내가 진하게 풍겼다.
상황이 이런데도 향토문화재를 관리해야 할 화성시는 예산 타령을 했다.
주변 나무정리와 잔디관리를 해야 할 문화유산과는 “소유주(남양홍씨 문중) 승인을 받아 시가 잔디 등의 보수를 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소유주가 관리할 의무가 있다”라며 “관리자에 해당하는 노작홍사용문학관의 보수 요구가 들어오지만 화성시 전체의 향토문화재 관리 예산이 한정돼 있어서 사실 제대로 된 관리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관리한 것이 언제냐는 질문엔 “적어도 최근 2년간은 하지 못했다”라는 답을 했다.
나무계단 보수를 담당하는 공원관리과 측은 기자가 전화하자 제대로 된 응답을 못 하고 말을 돌리기만 했다. “자재를 받고 있다”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보수를 한 적은 있다” 등의 엉뚱한 말만 하다가 기자가 “계단은 안전 문제이기도 하다. 계단 일부가 썩어서 아예 유실됐는데, 겨울에 눈에 덮여 있으면 그곳을 오르다가 사람이 다칠 수도 있다”고 말하자 그때야 “최대한 빨리 보수를 하겠다”라고 답했다.
화성시/ 이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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